(재)김해문화재단 웹진

search
도자로 뭉치다,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 동아시아 문화도시 국제교류 워크숍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한·중·일은 문화장관 회의를 통해 매년 각 나라별 대표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선정하고 문화교류를 진행한다.
2024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는 중국 웨이팡시와 다롄시, 일본 이시카와현, 우리나라의 김해시가 선정됐다.
내년 정식 동아시아 문화도시 지정에 앞서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중국과 일본의 예술가들이
김해로 와서 도자문화를 교류했다.

동 아 시 아 문 화 도 시
예 술 가 들 이 만 나 다

평일 아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고요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단풍터널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세라믹창작센터가 빼꼼 고개를 내민다. 이곳 또한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2층 동아시아 문화도시 국제교류 워크숍 참여 작가들의 작업실은 차분히 부산스럽다. 김해의 이용무 작가와 중국 사오싱에서 온 주나야(Zhu Naya) 작가가 일찍부터 나와 작업 중이다. 이어서 강길순 작가와 중국 징더전에서 온 장링윈(Zhang Lingyun) 작가까지 모두 작업실로 모인다.

“한·중·일 작가가 같이한다고 해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한국 도자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중국 징더전 같은 경우는 중국 도자기의 메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여러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두 달 동안 얼굴을 보면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강길순 작가)

교토의 마리코 오쿠보(Mariko Okubo) 작가는 사정 상 며칠 전 일본으로 돌아갔지만, 네 명의 작가는 여전히 한 공간에 모여 내년 5월 결과전을 준비 중이다. 개인 작업에 익숙한 도자 작가들은 함께 모여서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는 듯했다.

“징더전은 굉장히 사람도 많고 북적이는 도시예요. 그에 비해 김해는 사람도 적고 조용해서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조용한 환경을 좋아해서 잘 맞는 것 같아요. 김해의 흙도 단단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들고,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도 정말 좋은 미술관이라 이번 교류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장링윈 작가)

함 께 느 끼 고 ,
공 유 하 고 , 빚 고

작업실 한가운데에는 주나야 작가의 고향 산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 우뚝 서 있고, 그 뒤 창가 옆으로 장링윈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다. 장링윈 작가 옆으로 이용무 작가, 강길순 작가, 주나야 작가가 타원형으로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다. 언어는 영어, 한국어, 몸짓언어까지 섞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진짜 재밌습니다. 다들 영어도 잘하시고, 한국말도 잘하시고 소통이 아주 잘됩니다. 주나야 작가님 같은 경우에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셔서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를 배우셨다고 하더라고요. 작업을 무척 집중도 있게 하셔서 같이 있으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용무 작가)

중국, 일본 작가들은 워크숍 기간 중 이용무, 강길순 두 작가의 작업실에도 방문했다. 이용무 작가의 작업실에서는 안료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색상이 많은 가루 안료를 사용하는 이용무 작가는 안료에 장석을 섞어서 작업한다. 가루 안료는 흙에 들어가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장석을 조금 넣으면 흙하고 잘 맞아 이를 예방해 준다.

“지난번 이용무, 강길순 작가의 작업실에 가서도 수확이 아주 좋았습니다. 두 분이 작업하는 도자의 색이 너무 좋았거든요. 제가 보기에 김해의 흙과 중국의 흙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김해의 흙으로 작업을 하면서 우리 흙과 어떤 점이 다른지 느껴보는 중 입니다.” (주나야 작가)

다 양 하 고 지 속 적 인
교 류 를 위 하 여

“김해의 가을은 무척 아름다웠고, 일본과 비슷해서 평온하게 잘 지냈습니다. 다른 나라 작가들과 도자 미술에 대해서, 또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멋진 시간이었어요. 교토 작가로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한·중·일 작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지내면 좋겠습니다.” (마리코 오쿠보 작가)

이번 워크숍은 한·중·일 작가들에게 교류로서도 좋은 기회지만, 기존 작업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생활 도자기 작업을 많이 하는 이용무 작가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큰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강길순 작가도 조선시대 책가도를 기반으로 인화문 상감기법을 활용해 깊이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작가들은 앞으로 이런 기회가 젊은 세대에게도 확대돼 함께 교류하기를 꿈꾼다.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지정됐으니 도자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기획이 생겨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김해에서 작업도 하고 공방도 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나아가면 한·중·일 교류도 계속할 수 있고, 20·30대 작가들도 자리를 더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강길순 작가)


작성일. 2023.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