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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로 그리는 행복, 펀치니들자수
공방 '곰곰한하루' 작가 김혜영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원단에 그려둔 밑그림 위로 실을 콕콕 박기만 하면 러그가 되고, 쿠션이 되고, 방석
도 된다. 마치 마법 같은 이야기인데, 직접 보니 정말 그랬다. 털실을 끼운 바늘이
한 땀 한 땀 이동할 때마다 그림이 그려졌다. 멍 때리고 보고 싶은 기분 좋은 풍경이
다. “처음에 할 때는 무척 기분 좋고 그랬는데, 오래 하다 보니까 지금은 좀 퇴색됐
어요. (웃음)” 김혜영 작가는 이렇게 말했지만 자수를 놓는 그는 여전히 세상 포근
하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단 순 한 게 매 력
‘곰곰한하루’ 공방에 가면 눈이 바빠진다. 거울, 러그, 시계, 쿠션, 액자, 꽃병 등 펀치니들자수로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펀치니들자수는 일명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자수’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런 소품들을 보면 의심이 가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부터 똥손까지 할 수 있는 자수라더니…’ 진짜일까?

“펀치니들자수는 복잡한 기교나 기법 없이 단순한 게 매력이에요. 말 그대로 실을 반복적으로 박기만 하면 자수를 놓을 수 있고, 이것을 활용해 큰 러그부터 작은 액세서리까지 만들 수 있어요. 조금 더 자수 느낌을 살리려면 응용 스티치가 필요하지만, 기본 스티치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이 나와요.”

준비물 또한 간단하다. 전용 원단, 수틀, 펀치니들(바늘), 실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 누군들 반하지 않겠는가. 김혜영 작가도 육아휴직 중 우연히 인터넷으로 펀치니들자수 동영상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당시에는 가까이 배울 곳이 없었기 때문에 독학으로 익혔고 어쩌다 보니 직장을 그만두고 공방까지 운영하게 됐다.

취 미 가 직 업 이
되 기 까 지

“프랑스자수 같은 경우에 관심이 있어서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다 보니까 어렵게 느껴지고 잘 안되더라고요. 근데 펀치니들자수는 가벼운 기법으로 프랑스자수처럼 표현도 되니까 빠져버린 것 같아요.”

흠뻑 빠져서 취미로 시작한 자수가 직업이 될 줄은 김혜영 작가 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다 공방을 만들고,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한국펀치니들자수협회도 만들었다. 소속된 강사는 서른 명 남짓 된다.

“펀치니들자수를 배워서 출강을 나가려면 증서가 필요하잖아요. 주변에서 많이들 요구하셔서 고민하다가 만들었어요. 커리큘럼부터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협회 만든지는 3년 정도 됐어요. 협회에서는 펀치니들자수 지도자 과정을 만들어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는 수업을 하고요. 그 외에 소속 작가들과 스페셜 수업 및 아이디어를 내서 도안 작업도 합니다.”

지 역 에 서
공 방 하 기

김해문화재단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는 지역 공방과 협업 기반을 마련하고 미술관의 체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기 위해 <지역 공방 연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11월에는 곰곰한하루 공방의 김혜영 작가가 함께 펀치니들자수로 파우치를 만든다.

“11월 말 토요일부터 매주 토요일 총 4번 진행해요. 넉넉잡아 2시간 정도 소요될 텐데요. 파우치를 만든다고 하면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기본 스티치로 쉽게 할 수 있을거예요. 한창 코로나19가 심할 때 김해문화재단에서 비대면으로 동영상 수업도 진행했었어요. 펀치니들자수 키트를 만들어서 동영상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요.”

김혜영 작가는 김해의 여러 공방 단체들이 모인 ‘가꿈’이라는 단체에 소속돼 있다. 함께 아트 마켓도 열고 부산홈테이블데코페어 같은 다른 지역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지역 공방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판매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고 바란다.

“요즘은 펀치니들자수 관련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원데이 클래스 운영도 좀 쉬었는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 할 수업이 기대되네요. 요즘 공방들이 여러모로 침체기라 생각하는데, 이런 행사나 프로그램으로 지역 공방이 조금 더 활성화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성일.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