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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무계동을 만들어가다
웰컴레지던시 작가 3인
글.화유미 사진.백동민
수호신 같은 정자나무, 시원한 대청천과 무계천은 ‘무계동’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또 하나, 무계동에 알록달록 색을 더해주는 웰컴레지던시도 ‘무계동’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시민과 예술가들의 도시 재생 거점공간이자 지역과 예술의 협업이 이뤄지는 웰컴레지던시로 무계동은 매년 새롭게 피어난다.
올해도 웰컴레지던시를 찾은 9명의 작가들이 지역 연계 프로젝트와 어린이 특화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김시헌(입주 작가), 김예림· 신영주(비거주 작가) 작가를 만났다.

2 0 2 3 년 웰 컴 레 지 던 시
입 주 작 가

웰컴레지던시 맞은편, 예술창작소 지하 1층은 웰컴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의 작업실 겸 지역민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인터뷰 장소로 활용한 작업실엔 어제 김예림 작가가 어린이들과 수업한 결과물들이 놓여 있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이나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만들어 보고, 그 집들을 모아 ‘무럭무럭 마을’을 완성한다.

“저의 작업은 이미지 수집으로부터 이뤄져요. 수집된 이미지를 보통 두 개 세 개 나란히 이어붙이는 방식인데요. 처음 무계동과 연관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무계에서 무럭무럭’이라는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어린이들이 그리는 새로운 표현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김예림 작가)

이어서 어린이들과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신영주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 유물을 제작한다. 예를 들면 토우나 토기 형태, 처음 볼 법한 공룡 뼈 등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상상력도 들어가지만 허황된 가설이 아닌 실제 역사적 사건, 문헌 자료들을 모아 아카이브를 구축해서 주장을 뒷받침한다.

“개인 작업부터 10월부터 진행할 어린이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게임판처럼 진행할 예정이에요. 각자 유물을 만들어 스토리와 능력도 부여해 보고요. 제가 만든 무계마을 지형도를 활용해 유물이 어디서 발굴 됐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을 거예요.”(신영주 작가)

무 계 에 서
영 감 을 얻 어 라 !

실험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는 김시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프레임 아트’라고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은 프레임 하나하나 작업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는 프레임 바이 프레임(Frame by Frame)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계동 원도심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수집된 자료들을 기반으로 영상작업을 해서 미디어 설치까지 결과물로 만들 계획인데요. 무계동 원도심뿐만 아니라 신도시도 다니면서 보다 보니 무계동이 약간 섬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걸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시헌 작가)

창작 여건과 전시 공간을 지원받고 지역 예술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웰컴레지던시는 보통의 레지던시와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라면 이곳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할 경우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김해시와 장유동 무계마을을 소재로 지역 연계 프로젝트와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시민 연계 공공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곳에 온 이유를 우스갯소리로 설명하면 조상님이 부르신 것 같아요. 제가 김해 김가동정공파 김수로왕 30대 손인데, 김해에 시제 참석차 왔다가 웰컴레지던시를 알게 됐어요. 입주 조건이 무계마을을 소재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한 번 와 봤었죠. 사람들도 만나보고 수로도 직접 보고 하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김시헌 작가)

단 순 한
예 술 공 간 을 넘 어

김해의 역사나 무계마을을 활용해서 창작 활동을 진행해서일까? 작가들에게 무계마을과 웰컴레지던시는 다소 각별하게 다가온다. 신도시와 조화는 이루면서 무계만의 개성은 잃지 않는 특별한 상황이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든다.

“부산에서 김해로 올 때 버스를 타고 왔었어요.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작은 마을들이 보이다가 갑자기 확 도시가 나타나더라고요. 그러고 다시 작고 예쁜 무계가 나와서 뭔가 재밌는 그림이 그려졌어요. 무계의 지리적 특성과 무계 장터 같은 과거 이야기들을 들으니까 그 여백에 저의 상상을 넣어 유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신영주 작가)

“그동안 저의 감정에 대해 내밀한 작업만 하다 보니까 저한테만 좀 빠져 있는 것 같았어요. 다른 작가들과 만난다든가 시민들을 만나서 함께 작업한다든가 하는 기회도 없었고요. 그래서 웰컴레지던시에 오게 됐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고, 얻어 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김예림 작가)

“처음 무계를 둘러보고 입주해서 생활하다 보니 이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모습을 간직하면서 발전해 가면 좋을 텐데…. 웰컴레지던시를 통해 모이게 된 작가들이 지역 교류 프로그램 등을 하면서 예술적인 현상을 제시하는 게 무계 지역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김시헌 작가)

웰컴레지던시 작가들은 11월까지 활동한 후 작업실을 오픈하고 결과 보고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주민들만큼이나 애정 있게 무계에서 지내며 작업하며 교류 중인 웰컴레지던시 작가들의 전시가 많이 기대된다.

작성일. 2023. 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