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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향한 순수한 열정
김해 대표 브레이킹 댄스팀, 와일드크루
글.화유미 사진.홍순천
김해문화의전당 애두름마당에서 세 청년을 만났다. 유난히도 말끔한 모습은 춤 덕분인 것 같았다.
뜨거운 한낮의 햇볕 속에서 더위도 잊은 채 추는 그들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이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춤출 곳만 있다면

와일드크루는 2011년 김해에서 결성된 브레이킹 댄스팀이다. 단장 정하용(레드번)부터 부단장 정상영(크래셔), 최성운(네뷸라), 이재운(스놀랙스), 박형주(스테이), 원민호(라스칼), 안금주(라온)까지 총 7명의 멤버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정하용, 정상영, 최성운, 박형주, 원민호 5명은 김해 출신으로 크루를 함께 만든 창단 멤버다. 이는 멤버들이 13살 때의 일이다.

“저희가 다 동네 친구였어요.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에 가서 장기자랑을 하잖아요. 좀 튀는 거 좋아하는 애들끼리 뭉쳐서 K-pop 방송댄스를 췄어요. 장기자랑 후에도 춤추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 뒤로도 같이 췄어요. 좋아하는 빅뱅이나 비스트 노래가 나오면 따라 추면서 시작했다가 브레이킹, 비보잉을 우연히 접했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이거다!’ 싶었죠.” 정하용 - 레드번·단장

와일드크루라는 팀 이름부터 각자 사용하는 활동명도 모두 중학교 때 만들었다. 당시에는 춤을 가르쳐 주는 곳도 없었기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면서 기초를 다져갔다. 브레이킹 스터디를 하듯 멤버들끼리 서로의 선생님이 되어서 끊임없이 연습했다.

“닉네임(활동명)은 보통 자신의 특징 같은 걸 따서 짓기도 하는데요. 제 이름이 성운인데, 우주의 성운도 있잖아요. 그걸 영어로 바꾸면 ‘네뷸라’라서 저는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최성운(네뷸라)

“처음 비보잉을 시작했을 때 정말 배울 곳이 없으니까 길거리에 박스 깔고 연습하고, 반들반들한 춤추기 좋은 바닥이면 어디서든 추고 그랬어요. 팀 자체가 야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다가 팀 이름도 ‘와일드크루 어때?’ 해서 짓게 됐습니다.” 정하용(레드번·단장)

K o C ACA 아트페스티벌 무대에 서다

막연하게 좋아서 추던 춤을 직업으로 선택한 건 진심으로 춤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비보잉 기술을 더 잘 해내고 싶다는 꿈으로, 다음에는 대회에서 수상을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커졌다. 그렇게 추다 보니 옆에서 함께하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계속 춤을 추고 싶어졌다.

“계속 춤을 추려면 춤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춤으로 할 수 있는 수업이나 기획, 연출, 공연 등을 갖춰오면서 자연스럽게 댄서가 업이 된 것 같아요.” 정하용(레드번·단장)

스무 살 이후에는 서울에서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멤버들도 만났다. 수많은 대회와 공연을 하면서도 김해에서 열리는 공연이 있으면 참여하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무대들도 대부분 김해에서 진행한 것이다. 지난 6월 있었던 ‘KoCACA 아트페스티벌’ 개막식 축하무대도 잊을 수 없는 공연 중 하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썸머페스타’로 김해문화의전당 앞 도로를 막고 플래시몹 공연을 했었어요. 아스팔트 위에서 크게 열었던 공연이라 기억이 나고, 2018년 ‘김해 뮤직 페스티벌 연어’도 다시 김해로 와서 한 공연이라 기억에 남아요. 이번 공연도 여기 애두름마당이 저희에게 의미 있는 장소거든요. 어릴 때 연습실처럼 드나들던 곳이라 이 무대에서 춤춘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웠어요.” 정상영(크래셔·부단장)

멤버들이 전역 후 오랜만에 뭉친 공연이기도 했고, 김해에서 하는 공연이라 더 즐겁게 준비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이 즐거운 비보잉 공연을 조금 더 관객들과 신나게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하던 와일드크루는 비트박스와 협업으로 무대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김해 대표 댄스팀으로

와일드크루는 주 활동 지역이 서울이지만 늘 김해 대표 브레이킹 크루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김해에서 멤버들을 만나 춤을 시작했던 게 삶에서 가장 큰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김해를 알릴 수 있는 활동에 꼭 참여하고 싶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해에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두 가지 정도 있어요. 하나는 김해 출신 아티스트들과 협업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또 하나는 김해는 명소가 많잖아요. 대성동고분군이나 수로왕릉, 천문대 등 김해 명소를 알리는 홍보 영상을 찍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최성운(네뷸라)

와일드크루 멤버들은 댄서로도 활동하지만 브레이킹 선수로서도 활동 중이다. 댄서로도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지만 스포츠 선수로도 활약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목표는 브레이킹 문화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 더 많은 사람들과 다 같이 즐기는 것이라고.

  • • 비보잉(B-Boying)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에서 시작됐으며 스트리트 댄스의 한 종류로 브레이킹(Breaking)으로도 불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
작성일. 2024. 0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