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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카메라
우연한 만남이 때로는 삶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해공항 국내선 청사 3층 아트홀에 마련된 〈철의 노래〉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김해 여행 혹은 타 지역 이동 중에 잠깐을 틈타 김해의 과거와 조우한 사람들은 고요하게 전시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게 머리 밖으로 펼쳐지니 완성된 성취감으로 흐뭇하네요. 사진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전시를 하고 사진을 계속할거라곤 생각도 못 했죠.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거든요. 졸업하고도 한동안 그 일을 했었고요.”
구주환 작가는 그간의 작업 과정들을 반추해 보며 사진은 우연히 접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2학년 때 학과 사무실에서 인쇄용 제판 카메라 관리를 맡은 게 첫 만남이었다. 사용법을 알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판매업자에게, 필름가게 사장님에게 알음알음 배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큰일을 겪고 몸도 안 좋아지고 하니까 카메라가 보였어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운영한 회사가 망하고 사무실을 정리하는데 디지털카메라만 남았더라고요. 사양도 낮은 그 카메라 하나들고 낙동강변 에 가서 위로 삼아 사진을 찍게 됐죠.”
철의 노래,
보편적 가치를 담다
구주환 작가의 카메라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보잘것없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카메라를 통해서 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2022년 갤러리 양산에서 진행했던 <나는 길을 잃고서야 숲으로 갔다> 전시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생각들을 숲에서 치유받으며 작업했다.
“사진을 배울 때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창과 거울’이에요. 파인더를 통해서 세상을 볼 것인지 자기 자신을 볼 것인지 하는 이야기인데요. 저는 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는데, 옛날에 했던 디자인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 전시인 만큼 가야고분군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등재 결정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가야고분군은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말을 그대로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지역 작가의 역할
“부담이 큰 만큼 잘하고 싶었어요. 전시 제목도 제가 지었는데요. 철의 나라였던 가야의 역사가 계속 잊히지 않고 흘러간다는 의미로 정했어요. 저쪽 수로왕릉부터 대성동고분군까지 이어지는 사진은 선조들이 이뤄놓은 과거로 간다는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구주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전부터 수로왕릉을 1년 넘게 찍어오고 있었다. 김해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나 기획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몇몇 사람들과 의기투합을 했다. 수로왕릉을 찍어둔 덕분에 대성동고분군 등 추가 촬영을 통해서 전시가 진행될 수 있었다.
“주변에 문화 자산이 참 많잖아요. 꽃이 피고 해가 지고 하는 그런 아름다움도 좋지만 지역사회를 찍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수로왕릉을 찍었던 것도 김해 랜드마크로 봤을 때 거기가 1등 아닌가 싶었죠. 이제 수로왕비릉도 찍고 김해의 오래된 자산이 많잖아요. 지역 작가로서 누군가는 찍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했죠.”
구주환 사진전〈철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