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깨기 하고 싶은 뒷고기 거리
진주냉면, 마산아구찜, 안동찜닭처럼 어떤 도시들은 음식으로 기억된다. 김해뒷고기가 김해를 연상시키는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해뒷고기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에도 등장할 만큼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김해에는 100곳이 넘는 뒷고기 식당이 있지만 따로 골목이나 거리는 지정돼 있지 않았다. 김해시는 올해 ‘김해 방문의 해’와 ‘전국체전’을 앞두고 지난해 4월, 뒷고기 거리를 지정했다.
뒷고기 거리는 대략 15곳의 뒷고기 전문점이 모여 있는 봉황동과 부원동 일원이다. 봉황동 부산카에서 봉리단길집, 부원동 동네커피에서 오성커피숍까지 600m 구간으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뒷고기 식당이라 간판 보는 재미가 있다. 모두 ‘김해뒷고기’를 걸고 운영 중이지만 집집마다 특색과 비법으로 색다름을 선사한다.
뒷고기 종류는 가브리살, 쫀득살, 두항정살, 볼살 등 총 9가지인데 가게마다 주로 사용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고 곁들여 먹는 반찬이나 채소도 차이가 있다. 고기를 먹은 후 후식으로 먹는 면이나 밥 종류도 다르니 뒷고기 거리의 뒷고기 식당을 하나씩 맛보는 것도 김해를 여행하는 즐거움이 된다.
뒷고기 거리 식당 ➊ 행복한 뒷고기
행복한 뒷고기에 가면 ‘김해뒷고기 맛집’이란 문구 아래 ‘김치만먹고 가도 본전’이란 현수막이 붙어있다. “우리 집에 와서 김치 구경만 하고 가도 본전이죠” 김해뒷고기 상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사장님의 직접 담근 김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자부심에는 이유가 확실하다. 김치를 위해 젓갈부터 손수 준비한다. 봄에 부산 기장의 멸치를 받아서 비법 소금을 황금 비율로 넣고 담가 놓는다. 그리고 가을이 오면 배추까지 직접 농사를 지어 김치를 만든다고 하니 맛을 자부할 만하다. 지극정성 김치와 뒷고기를 같이 구워 먹으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행복한 뒷고기에서 맛볼 수 있는 뒷고기는 다양하다. 뒷고기 대패는 고기를 빨리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메뉴고, 뒷통수육도 행복한 뒷고기에서 제일 먼저 개발했다. 뒷통은 돼지 목뒷덜미살로 움직임이 많은 부위라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일반수육보다 쫀득쫀득한 맛이 매력적이다. 냉이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맛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뒷고기 거리 식당 ➋ 밀양 뒷고기
‘김해뒷고기에 왜 밀양이 붙은 거지?’ 싶은 이 식당은 대표가 고향 이름을 걸고 지었다. “제가 친정이나 외가가 다 밀양이라 이름 붙였어요. 밀양도 돼지국밥이 유명하고 돼지와 연관이 있는 도시니까요.” 김해뒷고기가 밀양 뒷고기가 된 사연부터 간판까지 조금 더 친근해진다.
클래식한 뒷고기집답게 메뉴판이 단출하다. 뒷통구이와 뒷고기, 대패삼겹. 고기는 세 가지 메뉴고 뒷고기에는 항정살과 볼살 등 총 4가지 부위가 나간다. 김해는 축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뒷고기가 나왔고 어느 집이나 좋은 고기를 사용하겠지만, 좀 더 고기 질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뒷고기는 한결같지만 밑반찬은 수시로 바뀐다. 제철에 맞게 장아찌도 바뀌기 때문에 같은 뒷고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고기를 즐긴 후에는 직접 우린 육수로 만드는 국수와 땡초라면이 인기다. 먹고 나면 김해는 역시 뒷고기라는 생각이 든다.
김해뒷고기 거리
행복한 뒷고기
밀양 뒷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