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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48년 러브 스토리의 여정을 따라서
허왕후 신행길
글.화유미 사진. 백동민
서기 48년 어느 날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이 오빠 장유화상 허보옥을 비롯한 사신들과 함께 돌배를 타고 망산도에 도
착했다. 수로왕은 직접 허황옥을 맞이하여 혼례를 올렸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망산도를 시작으로 첫날밤을 보낸 흥국사
를 거쳐 낙동강을 지나 가락국의 수도 김해로 왔다. 김해에서 허왕후의 여정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올해 김해
문화재야행과 더해져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허왕후신행길축제> 전에 미리 허왕후 신행길을 돌아보면 어떨까?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전시관

허왕후 신행길의 첫 번째 코스는 가야테마파크 내 가야왕궁 전시관에 위치한 허왕후 스토리관이다. 국내 최초 국제 결혼인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까지 오게 된 허왕후의 신행길을 한곳에 정리해 두었다. 인도에서부터 가야까지 긴 항해 당시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 모형부터 신비로운 거울의 방까지 볼거리가 풍성하다.

허왕후 스토리관은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내에 위치해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중심 건물인 태극전이 보인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AR 체험으로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부터 허왕후의 결혼까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태극전 뒤편 산책하기 좋은 연못정원을 지나면 허왕후 스토리관이 있다. 두 벽을 가득 채운 허왕후 신행길 지도를 보면 허왕후가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 더욱 실감이 난다. 거울의 방은 마치 별빛 가득한 밤하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끝없는 망망대해를 건널 때 허왕후가 봤던 밤하늘이 이랬을까?

해은사(海恩寺)

가야테마파크에서 차로 3분 거리, 김해 최고의 전망대라 불리는 분산성 정상에 해은사가 있다. 이곳은 허왕후가 무사히 배를 타고 건너올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준 바다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에서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駕洛國記)조와 금관성파사석탑(金官城婆娑石塔)조에서 허왕후가 바다를 건너와 수로왕과 결혼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해은사에는 다른 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왕전(大王殿)이라는 전각이 있는데, 대왕이라 함은 바로 수로왕(首露王)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각 내부에는 200년 전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다.

해은사에 들어가면 용왕을 모신 작은 연못이 있다. 허왕후가 해은사를 세운 이유가 바로 떠오른다. 사찰 본당에 들어가는 불이문을 지나 바로 대왕전으로 가본다. 입구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안내판이 있는데, 영정 앞에는 허왕후가 망산도에서 가져왔다는 영험한 돌 ‘봉돌’이 있다. 지역민의 오랜 토속신앙으로 남자는 재복을, 여자는 남자아이를 낳게해준다고 한다. 대왕전 외벽에는 파사석탑을 싣고 바다를 건너오는 허왕후 일행의 모습이 그려져 있으니 놓치지 말고 살펴보자. 해은사에서 꼭 봐야 할 게 또 있는데 바로 파사석탑 적멸보궁탑이다. 이 탑에도 재밌는 전설이 숨어 있는데 탑을 세 바퀴 돌면 어떤 소원도 다 이뤄진다고 한다.

수로왕비릉과 파사석탑

허왕후의 여정을 따라가는 마지막 코스는 좀 더 생생하게 허왕후를 마주할 수 있는 수로왕비릉이다. 수로왕릉에서 북쪽으로 1km 남짓한 곳에 위치한 수로왕비릉은 특이하게 왕릉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다. 이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왕비릉 자리는 원래 왕을 위한 자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허왕후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김수로왕이 명당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수로왕비릉은 동쪽으로 분산성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능 주위는 네모나게 돌담이 둘리어 있고 앞쪽으로는 낮은 단의 축대가 있다. 능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호계사(虎溪寺)에서 옮겨온 파사석탑이 놓여 있다. 허왕후가 인도에서부터 가져온, 허왕후의 여정을 쫓아갈 때마다 만났던 실제 파사석탑이다. 붉은 빛을 띠는 돌이 쌓여 있는 모습은 마치 산에서 소원을 빌 때 쌓아 놓는 돌탑의 확대판 같다. 과거에는 탑의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허왕후의 신비한 기운이 깃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래 탑을 깨고 조각을 가져 갔다고 한다. 수로왕비릉은 구지봉과 국립김해박물관까지 산책로로 연결돼 있다. 걷기 좋은 가을, 허왕후의 여정에 이어 가야 역사 나들이까지 해봐도 좋겠다.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전시관

  • 주소 김해시 가야테마길 161(어방동)
  • 문의 055-340-7900~7901

해은사

  • 주소 김해시 가야로405번안길 210-162
  • 문의 055-333-0705

수로왕비릉&파사석탑

  • 주소김해시 가락로190번길 1
  • 문의055-330-3948
작성일. 2023. 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