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도자기를 굽던 마을
대감마을의 도자기 역사는 아주 옛날에 시작됐다. 고려시대 감물야향(甘勿也鄕) 지역이었으며, 〈세종실록지리지〉(김해)에 나오는 ‘감물야촌(甘勿也村)’도 이곳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김해 상동 대규모 요업단지에 도기장 4명이 있었다’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예종 때 〈경상도지리지〉에는 ‘府東(부동)甘勿也(감물야)에 磁器所(자기소)가 있다’라고도 나온다.
기록에 더해 마을에서 실제 가마터가 발굴돼 명실상부 도자기 마을임을 입증했다. 2016년 6월 상동분청사기 가마터(상동면 대감리 502-1) 1기와 폐기장 3곳이 발굴됐고, 2019년 8월에는 백자 가마터(대감리 산252-1번지) 3기와 폐기장 2곳이 확인됐다. 올 초에도 묵방리 10번지 일대에서 백자 가마터 추정지가 발견됨으로써 김해시 상동면 일대가 조선시대 대규모 요업단지 ‘감물야촌(甘勿也村)’이라는 데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백파선 마을이 된 이유
대감마을회관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마을을 찾았다. 대포천을 지나 대감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마을회관이라는 것보다 ‘백파선’이라는 이름에 더 시선이 간다. 마을에 대해 몰랐다면 마치 ‘사장님 이름을 건 카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지 모른다. 백파선은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사기장으로, 그의 고향이 대감마을이다. 백파선의 남편 또한 도자기공이었는데 두 사람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다. 부부는 일본에서도 도자기를 구웠고, 남편이 1618년 세상을 떠난 뒤 백파선은 660여 명의 조선 도공들과 아리타로 옮겨 도자기 제작에 전념한다.
카페 백파선 벽면에는 백파선의 이야기부터 김해의 도자 역사가 짧게 소개돼 있다. 백파선의 이야기는 2013년 문근영 주연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로도 방영된 바 있다. 이 안내판을 보니 백파선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마을이 궁금해진다. 마을탐방을 위해 카페에서 나오면, 옆으로 백파선광장이 위치해 백파선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했다는 게바로 와닿는다.
대감마을 한 바퀴
마을에는 36개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 초입에 벽화마을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36개의 벽화 위치와 제목을 알 수 있다. 마을이 생각보다 넓기 때문에 사전에 안내판을 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벽화는 총 7가지 주제로 나눠 그려져 있는데 벽화 자체가 마을의 역사요, 김해 도자의 역사다.
과거 도자기나 곡식을 운반했을 대포천 나루와 야철 장인들, 백파선의 분청사기를 향기로 표현한 그림 등이 인상적이다. 골목길을 벽화를 따라 산책하다 보면 마치 김해 도자 역사 앨범을 넘겨보는 것 같다. 선선해진 날씨가 시간 여행에 운치를 더해준다. 벽화에 취해 골목을 돌다 보면 대포천작은도서관도 만날 수 있다. 잠시 쉬면서 책 구경을 해도 좋다. 대감마을에서 받은 여운을 가득 안고 다시 천천히 골목길을 나온다.
상동면 대감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