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무계지구의 어제
무계(茂溪)라는 이름은 ‘개울이 무성한 곳’이란 뜻이다. 불모산에서 시작된 대청천부터 무계천까지 크고 작은 물길이 마을을 지나간다. 이런 지리적 이점으로 장유에서 가장 넓고 비옥한 토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과거에는 논농사를 주로 지었다. 또 다른 설도 있는데 ‘중심 마을인 부곡리의 남쪽에 형성된 마을’이라는 우리말 뜻을 한자로 빌려 생긴 지명이라고도 한다.
1888년(고종 25년) 당시 장유는 장유면 8리와 수남면 4리로 분리된다. 이때 처음 무계리라는 지명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무계라는 이름이 사용된 것도 이쯤이라 예상된다. 오늘의 무계는 무계마을(무계1·2구), 광석마을(광석 1~4구), 아랫삼문마을까지 3개의 자연마을이 합쳐진 마을이다. 과거에도 김해 구도심과 장유를 잇는 교통과 유통의 요지였으며 현재도 창원과 김해를 잇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래 정주하는 인구보다는 유동 인구가 더 많은 곳이었다.
무계마을에 가장 오래 정주하고 있는 건 나무들이다. 대청천 가까이 무계1구 팽나무와 무계2구 왕버들인데, 팽나무는 수령이 약 150년, 왕버들은 무려 300년이 넘었다. 왕버들은 마을의 당산나무 역할을 해오고 있었으나 2020년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웰컴레지던시를 지나 좌측으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두 나무 중 조금 더 큰 쪽이 150년이 넘은 것으로 마을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쌓았다. 대보름날 동제를 지내기도 하고 주민들의 쉼터 역할도 해주었다.
문화로 덧칠하는
무계지구의 오늘
무계1구 팽나무 옆에는 오늘날 무계마을의 정자나무 역할을 해주는 무계헌이 있다. 무계지역 주민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처마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이곳은 방치되고 있던 건물을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때 정비했다. 건물 앞을 지나면 오묘하게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 참기름과 커피를 팔기 때문이다. 무계헌은 카페동과 참기름동으로 나눠 지역주민들이 설립한 무계헌협동조합에서 운영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참기름도 직접 만들고 있다.
무계헌을 나와 무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다리가 나온다. 길을 건너면 아랫삼문마을로 빈 공장과 방앗간을 리노베이션해 만든 웰컴레지던시가 있다. 예술가들이 머물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웰컴레지던시는 김해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기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술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올해도 입주작가를 모집했다. 입주작가들은 7월부터 김해시와 장유동 무계마을을 소재로 ‘지역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웰컴레지던시 길 건너로 주황 색깔 지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5월 문을 연 예술창작소다. 과거에는 정미소로 활용했다는데 앞으로는 무계마을의 문화를 짓는 곳이 될 것이다. 지하 1층은 웰컴레지던시 입주작가 작업실, 1층에는 갤러리 카페와 다목적실이 있다. 다목적실은 공연 및 다양한 문화활동과 행사 장소로 사용한다.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들이 마을과 어우러져 어떤 활동을 펼칠지 기대된다.
무계지구 문화 탐방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