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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人

김해문화재단, 문화의 문턱을 낮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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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건 환경미화원 시인
일상에서 시를 건져올리는

하늘은 푸르고 햇살이 쨍한 날, 금동건 시인을 그의 컨테이너에서 만났다. 도로가에 놓인 보랏빛 컨테이너에 시선을 빼앗겼는데, ‘여기 내가 있음’을 한눈에 알려주는 금동건 시인의 포스터에 눈길이 머문다. 잘못 찾아왔을까 하는 망설임 없이 똑똑 문을 두드린다.

하룻밤 새 비워내는 마음의 오물
금동건 시인보다 한발 먼저 찾아온 이를 반겨주는 그의 강아지. 이제 막 성견이 된 터라 혈기가 넘친다. 강아지 뒤로 시인이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그의 작업실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올해 3월 출간한 시집 〈비움〉처럼 그의 작업실인 컨테이너는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다.
다섯 번째 시집을 출간할 만큼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의 미소에서는 여유가 묻어난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인데 그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어김없이 큰 쓰레기차에 몸을 싣고, 65곳을 돌며 꽉 찬 쓰레기통을 비워낸다. 그는 하룻밤 새 수백 개의 쓰레기통을 비우며, ‘마음속 오물’ 역시 말끔히 비워낸다.
“제 나이 60이 막 지났습니다. 아등바등 욕심내면서 살기보다는 비워내는 법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의 다섯 번째 시집 〈비움〉처럼, 비워내는 삶을 스스로 실천해나가고 있다.

고르고 골라 빚어낸 한 편의 시
그의 차 안에는 하루하루 길어올린 시어로 가득했는데, 금동건 시인 하루의 기록이자, 그 순간을 기록하는 본인만의 방법이라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건져올린 시어는 그의 작업실에서 습작노트에 옮겨진다. 꾹꾹 눌러쓴 글씨에 그날의 공기가,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렇게 기록한 습작노트를 찬찬히 살펴보며 또 하나하나 글을 골라내고 단어를 살펴 한 편의 시를 빚는다.
“컴퓨터로 쓰면 간편하지요. 그러면 영원히 보관할 수 없어요. 청소를 하다 보면 깨끗한 이면지가 많이 버려져 있어요. 그걸 주워서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들, 시어들을 메모했다가 여기서 습작노트에 한 단어 한 단어 골라 적어요.”
그 후 금동건 시인은 다시 컴퓨터를 켜고 습작노트에 옮겨 적은 글을 다시 모양새를 잡고 가다듬어 하나의 시로 만들어낸다. 일상을 성실하게 기록한 덕분에 그의 시집을 읽노라면 시인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상을 기록하는 방법
그의 시집을 읽다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날짜가 쓰여 있다는 것. 소싯적 연애편지 좀 써봤다는 그는 언젠가부터 하루하루 일기를 썼다. 어느 날 그는 ‘글 다운 글을 써보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자신의 글 중 여섯 편을 골라 문예지에 보냈는데, 한 번에 덜컥 시인으로 등단했다.
“저는 참 행복합니다. 매일 차를 타고 달리면서 시상을 떠올리고 가끔 드는 나쁜 마음도 쓰레기를 치우며 함께 비워내니, 그야말로 행복하지요.”
매일 하는 일이 고될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의 직업이 천직이라고 했다. 큰 쓰레기통 수백 개를 비우려면 보통 체력으로는 어림없을 터. 매일 아침 시간을 들여 동네 한 바퀴를 강아지와 함께 신나게 달린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탄탄하고 다부진 몸을 자랑했다.

시를 품은 그의 하루
스스로 자신은 ‘오늘만 산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금동건 시인. 우리는 흔히 ‘죽음’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산다. 그래서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 하면 좌절하는데, ‘인명은 제천’이라고 했다. 밤새 안녕이라고, 항상 죽음에 대비해 오늘을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고 한다.
“저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덕분에 비워내는 것과 삶이 맞닿아 있어요. 시 역시 덜어내고 비워내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지요. 그 과정 속에 하루를 성실히 살고 있습니다.” 매일을 비워낸다는 금동건 시인은 자신의 시를 읽으며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의 마음을 보듬고 싶어 했다. 그런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금동건 시인의 시집 〈詩를 품은 내 가슴〉이 김해 시민작가 도서에 선정됐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죠. 이곳에서 일하며 시 쓰며 살고 있는 제게 김해시민작가라는 건 참 감사한 일이고, 덕분에 앞으로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매일 마음을 비워내서 인지 금동건 시인의 웃음은 소년의 것과 닮아 있었다. 발길 닿는 모든 곳이 시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그의 여섯번째 시집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세월의 무상함보다 / 지금껏 가슴에 품은
두꺼운 시집 한 권으로 / 가슴에 남아
시를 품은 내 가슴은 / 늘 여유만만이다
2015년 8월 4일

시집 〈詩를 품은 내 가슴〉 중 같은 제목의 시 일부

글. 박수민 에디터 사진. 권순일 포토그래퍼

작성일. 2021.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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