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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人

김해문화재단, 문화의 문턱을 낮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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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한우물 가게 – 김해자전거
힘차게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처럼

※ 김해시는 개업한 지 30년 이상 된 가게 26곳을 발굴해 ‘한우물 가게’로 선정했다. 본지에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한우물 가게를 매달 한 곳씩 다루고 있다.

주소 김해시 대동면 동남로49번길 7-32
문의 010-6274-6830

울상이 된 자전거 주인의 볼멘소리가 한적한 대동면의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찬찬히 자전거를 살피던 정승남 대표. 이내 고장 난 부분을 발견하곤 빙그레 웃으며 바삐 손을 움직인다. 정 대표는 47년째 같은 자리에서 자전거 전문점을 운영 중이다. 노련한 숙련공이 가진 시간 한 줌과 경험 한 방울은 멈춰 섰던 자전거의 바퀴를 다시 달리게 한다. 정 대표의 손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자전거의 바퀴처럼 47년간 끊임없이 이어온 김해자전거. 그곳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정 대표의 인생을 만나 보았다.

자전거 라이트 같은 아버지의 말씀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정 대표에게 아버지는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전역을 1970년에 했어요. 먹고 사는 것이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하지만, 아버님께서는 저에게 ‘돈에 이끌리지 말고 양심에 따라 움직이며 성실함을 최고의 무기로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새기며 직업을 구하던 중 부산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어요. 자전거와의 인연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자전거 라이트처럼 아버님의 말씀을 따라 걸어왔다는 정 대표. 당시 부산 서구 충무동의 자전거 도매업체에서 고객이 주문한 자전거를 배달해주는 배달 기사로 일하게 되었다.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라 밤낮으로 정말 성실하게 일했습니다. 사장님도 저의 노력을 알아주셨어요. 점점 중책을 맡게 됐지요. 다양한 업무를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배우면서 자전거 사업 전반을 이해하게 됐어요. 시간이 갈수록 제 가게를 개업하고 싶다는 작은 꿈이 생겼습니다. 1972년 김해시 대동면에 정착하면서 김해자전거를 개업했어요. 못 먹고 아끼면서 어렵게 차린 가게라 참 뿌듯했습니다.”

변속기를 단 시간 속에서

가을빛 도로를 느긋하게 누비는 자전거처럼 정 대표는 나긋하게 말을 이어갔다.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 자전거는 일꾼이자 교통수단이었어요. 물건도 실어 나르고 논밭을 갈 때도 타고 갔지요. 학생들은 자전거를 이용해 통학 했습니다. 차도 오토바이도 많이 없어서 자전거의 호시절이었어요. 빠르게 변해 버린 시간만큼 빠름을 추구하는 시대가 되어 일반 도로에서는 자전거 타기가 위험해 안타까워요.” 정 대표의 이야기는 시간의 변속기를 타고 빠르게 흘러갔다. “그때는 지금보다 자전거 부품도 좋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1대를 판매하려면 핸들, 휠, 프레임 등 모든 부품을 각기 다른 제조 공장에서 받아 조립해야 했어요. 요즘처럼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았지요. 자전거 조립과 수리 실력이 가게의 성패를 좌우했어요.” 실력을 자신하던 정 대표 앞에 특별한 손님이 나타났다. “동네에 아주 깐깐한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어떤 물건이든 오차를 용납하지 않으신 분이셨습니다. 저희 가게에서 자전거를 구매한다고 하셔서 꼼꼼하게 조립해 드렸어요. 완성된 자전거를 가게 밖으로 가져가시더니 타지 않고 손으로 핸들을 잡아 끌고 가시는 겁니다. 당시 골목길은 비포장도로였어요. 한참을 끌고 멀리 가시더니 바닥에 난 바퀴 자국을 보시고는 ‘됐다. 이 자전거로 할란다’하시며 자전거 삯을 주셨습니다. 앞바퀴가 만든 바퀴 자국을 뒷바퀴가 따라 이으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자로 이어진 바닥 위의 자국을 보고 자전거의 정교함을 테스트하신 것이 었어요. 깐깐한 할아버지가 추천하는 자전거 가게가 됐습니다. 소위 말하는 입소문이 난 것이지요. 손님이 많아졌어요.”

삶의 페달을 계속 밟아 가다

가게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정 대표는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나이 때문에 그만뒀지만, 의용 소방대원과 자율 방범대원으로 각 10년씩 활동 했습니다. 주변은 화훼 농가가 많아 화재 사고가 자주 났어요. 마을을 위해 불이 나면 자원해서 소방대원으로 참여했지요. 밤에는 불을 끄고 낮에는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40대는 불과 함께 뜨겁게 보냈다면 50대는 방범대원으로 냉철하게 보냈습니다.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을의 치안을 직접 돌보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가게를 찾아주시는 고마운 동네 손님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스스로 자랑을 늘어놓는 것 같아 쑥스럽다며 웃어 보인 정 대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언제나 정직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했어요. 어렵고 힘들고 놓고 싶은 순간이 와도 인생은 계속 흘러갑니다. 제가 힘이 닿을 때 까지는 계속해서 가게를 운영할 거예요.”

정 대표가 운영 중인 김해자전거는 그가 이뤄온 생과 이룩한 업이 계속되는 삶의 현장이다. 오늘도 정 대표는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자동차보다 느려도 뒤로는 가지 않는 자전거처럼, 힘껏 누른 페달을 통해 힘차게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가 정 대표를 닮았다.

글·사진 홍슬기 에디터
글·사진 홍슬기 에디터

작성일. 2020.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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